마음이 바뀌면 계약금을 포기하고 끝낼 수 있습니까
민법은 이 장면을 한 조문으로 정해 두었습니다.
계약금을 준 사람은 그 돈을 포기하고, 받은 사람은 두 배를 돌려주고 계약에서 빠질 수 있습니다. 이것을 해약금에 의한 해제라고 부릅니다. 상대가 잘못한 것이 없어도, 내 사정만으로 빠질 수 있는 길입니다.
다만 조건이 둘 붙어 있습니다. 하나는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입니다. 계약서에 계약금을 달리 다루는 조항이 있으면 그것을 먼저 봅니다. 다른 하나는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입니다. 이 시한이 지나면 이 길은 닫힙니다. 뒤에서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2항도 눈여겨보셔야 합니다. 해약금으로 계약을 푼 경우에는 계약 해제와 손해배상을 함께 청구할 수 있게 한 제551조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포기한 계약금, 돌려준 배액으로 정리가 끝나고, 따로 손해배상을 주고받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계약금을 일부만 보냈습니다
부동산 거래에서는 계약 당일 일부만 보내고 나머지 계약금을 며칠 뒤 보내기로 하는 일이 흔합니다. 그 사이에 매도인이 마음을 바꾸면, 받은 돈의 두 배만 돌려주고 빠질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그렇게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 사건은 매매대금 11억 원짜리 아파트였고, 계약금을 1억 1,000만 원으로 정하면서 계약 당일 1,000만 원만 먼저 보낸 경우였습니다. 매도인은 다음 날 받은 1,000만 원의 두 배를 돌려주겠다며 해제를 주장했습니다.
대법원의 이유는 간단합니다. 실제 받은 돈만 기준으로 삼으면 당사자가 일정한 금액을 계약금으로 정한 뜻에 어긋나고, 받은 돈이 적을수록 사실상 마음대로 계약을 풀 수 있게 되어 계약의 구속력이 약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일부만 오간 상태에서 연락이 오면 계약서의 계약금 칸과 송금 내역을 나란히 놓고 봅니다.
가계약금만 보냈는데 돌려받을 수 있습니까
계약서를 쓰기 전에 「일단 잡아 두자」며 몇백만 원을 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흔히 가계약금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정식 계약을 하지 않기로 하면 「가계약금은 원래 돌려주지 않는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대법원의 기준은 그 말과 다릅니다.
정식 계약 전까지 「보낸 사람은 포기하고 받은 사람은 두 배를 돌려주고 계약을 하지 않기로」 약정했다는 점이 명백하게 인정되어야 가계약금을 잃습니다. 그런 약정이 확인되지 않으면 보낸 사람이 스스로 계약을 포기했더라도 가계약금이 당연히 상대에게 넘어가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이 판결의 요지입니다.
그래서 가계약금 사건은 돈을 보내기 전후에 오간 문자가 거의 전부입니다. 「계약 안 하면 이 돈은 못 돌려받는다」는 말이 오갔는지, 매물·금액·잔금일 같은 계약의 중요한 내용이 어디까지 정해졌는지를 봅니다. 그 문자를 지우지 마시라고 가장 먼저 말씀드립니다.
상대가 중도금을 미리 넣어 버렸습니다
계약금으로 빠질 수 있는 시한은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매수인이 중도금을 보내는 것이 대표적인 이행의 착수입니다. 그러면 중도금 날짜가 오기 전에 미리 보내면 어떻게 될까요.
이 사건은 계약 뒤 시세가 오를 것 같자 매도인이 금액을 정하지 않은 채 말로 대금을 올려 달라고 했고, 매수인은 답하지 않은 채 중도금을 날짜 전에 내놓은 경우였습니다. 그 뒤 매도인이 계약금의 두 배를 공탁하고 해제한다고 했지만, 대법원은 해제할 수 없다고 본 원심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시세가 오른 것만으로는 사정이 달라졌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왜 이행에 착수하면 문이 닫힐까요. 같은 판결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미 이행에 착수한 사람은 그에 필요한 비용을 썼을 것이고 계약이 이행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데, 그 단계에서 상대가 계약을 풀어 버리면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게 되니 이를 막으려는 것이라고 합니다.
다만 돈을 썼다고 다 이행의 착수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도 매수인 쪽이 진입로를 사고 설계비를 들인 것은 이행의 착수로 보지 않았고, 중도금을 내놓은 것이 기준이 됐습니다. 상대에게 건넨 것인지, 내 쪽에서 준비한 것인지를 나눠 보셔야 합니다.
같은 판결은 매도인이 매수인의 이행 전에 이미 해제를 통지하고 배액을 받아 가라고 독촉한 사안은 이와 다르다고 구별했습니다. 그래서 순서와 날짜가 중요합니다. 누가 먼저 무엇을 했는지가 결론을 가릅니다.
상대가 약속을 지키지 않습니다
지금까지는 내 사정으로 빠지는 이야기였습니다. 반대로 상대가 잔금을 안 주거나 등기를 넘겨주지 않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때는 계약금을 포기할 이유가 없습니다.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하라고 요구하고(최고), 그래도 하지 않으면 해제합니다. 해제는 상대에 대한 의사표시로 하고, 한 번 하면 철회할 수 없습니다(제543조). 해제가 되면 서로 받은 것을 돌려줘야 하고, 돌려줄 돈에는 받은 날부터의 이자가 붙습니다. 그래서 최고와 해제는 날짜가 남는 내용증명으로 하시라고 권합니다.
손해배상은 이와 별도입니다(제390조, 제551조). 다만 부동산 매매계약서에는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계약금 상당액을 손해배상으로 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위약금 조항은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래서 실제 손해가 얼마인지 하나하나 증명하지 않아도 그 금액을 청구하는 근거가 됩니다. 반대로 그 금액이 부당히 과다하면 법원이 줄일 수 있습니다. 앞의 2014다231378 사건에서도 계약금 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다고 해서 계약금 상당액으로 정한 손해배상 예정까지 당연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저희는 이렇게 봅니다
계약금 분쟁은 대개 문자 한 통으로 시작됩니다. 「없던 일로 하시죠」, 「두 배 돌려드릴게요」. 이 문자를 보내기 전에, 혹은 받은 뒤 답하기 전에 기록부터 정리하셔야 합니다. 먼저 보낸 말이 해제 의사표시가 되어 되돌릴 수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상담에서 보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정식 계약서가 있는지, 아니면 가계약 단계인지 → 계약서에 적은 계약금과 실제로 보낸 돈 → 중도금이나 잔금이 오갔는지, 그 날짜 → 계약서의 해제·위약금 조항 → 누가 먼저 무엇을 말했는지, 그 문자입니다.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는 「빌려준 돈을 못 받고 있다면」 글에서, 손해의 범위는 「손해를 입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받습니까」 글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미리 해 두실 것도 있습니다. 계약서와 특약 사본을 한곳에 모으고, 계약금·중도금을 보낸 이체 내역을 날짜별로 남기고, 중개사무소와 주고받은 문자까지 지우지 말고 두십시오. 상대가 말로만 한 이야기라면 그날 날짜와 내용을 적어 두는 것만으로도 나중에 순서를 맞추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이 글은 민법 조문과 대법원 판례를 바탕으로 정리한 일반적인 법률 정보입니다. 계약서의 특약, 오간 금액과 날짜, 주고받은 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은 계약서와 송금 내역을 가지고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같은 쟁점이라도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구체적인 사안은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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