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에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주거침입입니까
형법은 사람의 주거에 침입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고, 미수범도 처벌합니다. 문제는 「주거」가 어디까지냐입니다.
대법원은 아파트나 빌라의 엘리베이터, 계단, 복도 같은 공용 부분도 주거침입죄의 주거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집 현관문을 열지 않았더라도 공동현관을 지나 그 집 앞까지 올라간 것 자체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공용 부분에 들어갔다고 곧바로 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그곳이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는 공간인지, 무슨 목적으로 몇 시에 어떤 방법으로 들어갔는지를 함께 봅니다. 택배 기사나 이웃을 찾아온 손님이 낮에 열린 문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은 평가를 받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잠금장치가 없는 빌라라고 안심할 수도 없습니다. 공동현관에 잠금장치도 CCTV도 없던 8세대 빌라 사건에서, 원심은 무죄로 보았지만 대법원은 오로지 주거용으로 쓰이는 작은 건물의 계단은 거주자들의 평온을 지킬 필요가 크다며 원심을 깨뜨렸습니다.
사귈 때 알던 비밀번호로 들어갔습니다
상담에서 자주 듣는 항변이 「비밀번호를 원래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위 2021도15507 판결이 바로 그런 사건이었습니다. 교제하다 헤어진 지 몇 달 된 상대의 아파트에, 교제 당시 알게 된 공동출입문 비밀번호를 눌러 새벽에 들어간 사안에서 대법원은 유죄를 유지했습니다.
그 사건에서는 집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다가 안에서 누구냐고 묻자 돌아 나왔습니다. 집 안에 한 발도 들이지 않았지만 공동현관을 지나 들어온 것만으로 주거침입이 됐습니다. 미수범도 처벌하니 「문이 안 열렸다」는 사정도 큰 방패가 되지 못합니다.
제가 보는 지점은 관계가 끝난 시점과 출입 시각입니다. 비밀번호를 알려 준 것은 그때의 관계를 전제로 한 것이라, 관계가 끝난 뒤 밤늦게 찾아간 사정이 겹치면 불리하게 평가되기 쉽습니다.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갔는데도 문제가 됩니까
반대로 상대가 문을 열어 주어 들어간 경우라면 사정이 다릅니다. 대법원은 침입인지를 거주자의 속마음이 아니라 들어갈 때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 주거의 평온을 해쳤는지로 판단합니다.
그래서 승낙을 받고 평소 드나드는 방법대로 들어갔다면, 나중에 「목적을 알았으면 들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밝혀져도 그것만으로 침입이 되지는 않습니다. 집에 있던 거주자가 문을 열어 준 경우 부재중이던 다른 가족의 뜻에 어긋나더라도 같다는 판결도 있습니다(대법원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다만 조심하실 것이 있습니다. 들어간 뒤 상대가 나가 달라고 했는데도 버티면 그때부터는 퇴거불응으로 같은 형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형법 제319조 제2항). 「처음엔 들어오라고 했다」는 말은 그 뒤에 나가라는 말이 있었는지와 함께 봐야 합니다.
원래 제가 살던 집입니다
부부 싸움 끝에 잠시 집을 나왔다가 짐을 가지러 갔는데 문이 잠겨 있어 열고 들어간 경우도 상담에 자주 옵니다. 내 집에 들어간 것이 죄가 되느냐는 물음입니다.
대법원은 공동거주자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던 사람이 정당한 이유 없는 출입 금지에 맞서 들어간 경우 주거침입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문 걸쇠를 부수고 들어간 사건이었는데도 그랬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를 놓치시면 안 됩니다. 이미 짐을 다 빼고 따로 살림을 차리는 등 공동생활에서 떠났다고 평가되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걸쇠나 잠금장치를 부순 행위는 주거침입과 별개로 재물손괴(형법 제366조)로 처벌될 수 있다는 것이 판결 문언입니다.
위 사건은 남편이 짐 일부를 챙겨 집을 나와 있던 경우였는데, 대법원은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공동생활에서 이탈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사건을 맡으면 집을 나온 기간, 집에 남아 있는 살림과 짐, 열쇠나 비밀번호를 계속 갖고 있었는지, 주소와 생활비가 어떻게 됐는지를 하나씩 확인합니다. 그 사정들이 「아직 그 집의 거주자였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됩니다.
혼자 갔는지, 무엇을 들고 갔는지
함께 간 사람이 있으면 형이 무거워집니다. 2명 이상이 공동하여 주거침입을 하면 형법이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됩니다(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항 제1호). 위험한 물건을 지니고 들어가면 특수주거침입으로 5년 이하의 징역만 남고 벌금형이 없습니다(형법 제320조).
집 앞에 찾아간 일이 한 번이 아니었다면 스토킹도 함께 봐야 합니다. 상대가 원하지 않는데 주거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를 되풀이하면 스토킹범죄가 됩니다.
실제로 이런 사건에서 주거침입은 시작일 뿐이고 수사의 무게는 스토킹 쪽으로 옮겨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경찰 연락을 받은 뒤 해명하려고 다시 찾아가거나 연락하는 것이 가장 위험합니다. 그 한 번이 「반복」의 증거가 됩니다.
사과하고 합의하면 끝납니까
상대에게 사과하고 합의하면 사건이 끝나느냐는 질문도 빠지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주거침입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혀도 그것만으로 사건이 끝나는 죄가 아닙니다. 형법의 주거침입 장에는 그런 규정이 없습니다.
스토킹범죄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에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었지만, 2023년 개정으로 그 조항(스토킹처벌법 제18조 제3항)이 삭제됐습니다.
그렇다고 합의가 의미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피해 회복과 상대의 의사는 검사가 처분을 정하고 법원이 형을 정할 때 중요한 사정으로 참작됩니다. 문제는 방법입니다. 사과하겠다고 직접 찾아가거나 거듭 연락하면, 그 자체가 새로운 주거침입이나 스토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합의를 원하시는 분께도 직접 연락은 멈추시라고 먼저 말씀드립니다. 상대의 연락처를 알더라도 대리인을 통해 의사를 묻고, 상대가 원하지 않으면 거기서 멈춥니다. 서두른 사과가 오히려 사건을 키우는 일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조사에서는 「왜 갔는지」보다 「어떻게 들어갔는지」를 먼저 정확히 말해야 합니다. 대법원의 기준이 들어갈 때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공동현관이 열려 있었는지, 누가 문을 열어 줬는지, 몇 분 머물렀는지를 기억에만 의존하지 말고 통화 기록이나 메시지로 시각을 맞춰 두시기 바랍니다.
저희는 이렇게 봅니다
주거침입 사건은 사실관계가 단순해 보여서 오히려 준비 없이 조사에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상담에서 보는 순서는 들어간 곳(공동현관·복도·집 안) → 들어간 방법과 시각 → 승낙이나 출입 금지 표시가 있었는지 → 함께 간 사람과 지닌 물건 → 같은 상대에게 찾아가거나 연락한 횟수입니다.
조사 날짜를 조정하는 방법과 조서에 서명하기 전에 볼 것은 「경찰에서 출석하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글에, 피해자 쪽에서 쓸 수 있는 조치는 「스토킹 접근금지, 10월 2일부터 달라집니다」 글에 따로 정리했습니다. 처벌 수위는 경위와 횟수, 상대와의 관계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처음부터 단정해 드리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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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조문과 대법원 판례를 정리한 일반적인 법률 정보입니다. 건물의 구조, 출입 경위, 상대와의 관계에 따라 죄가 되는지와 어떤 죄가 함께 문제 되는지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은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같은 쟁점이라도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구체적인 사안은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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